이번 포스팅에서는 자기표현 글쓰기가 무엇인지 알아보겠다.
모든 글은 글쓴이의 감각과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표현에 목적을 둔 글이든 논증에 목적을 둔 글이든, 글쓴이의 시선과 사유가 글 속에 녹아 있다. 자기표현 글쓰기는 표현의 대상이나 문제의 대상이 자기 자신인 글쓰기이다. ‘나’를 대상으로 바라보고 표현하는 글쓰기인 자기표현 글쓰기는 '나를 바라보는 나'의 성찰적 관계 속에서 구성된다.
자기표현 글쓰기는 대상으로서의 자기와 바라보는 자기 사이의 거리를 횡단하며, 자기를 표현하거나 분석하고 성찰하면서 자기를 텍스트화한다.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글을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를 바라보는 깊은 응시가 없다면 독자의 공감을 얻기가 어렵다.
자기를 대상으로 삼아 글을 쓰는 행위는 근대의 산물이다. 근대 들어 평범한 개인의 초상화나 자서전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근대 이전의 초상화는 종교적 의미를 담은 인물이나 특수한 신분인 왕이나 영웅을 형상화하였지만, 근대 개인주의가 정착하면서 비로소 평범한 개인의 초상화가 그려지기 시작하였다. 마찬가지로,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 개인의 일대기를 담은 자서전도 근대에 접어들어 출간되기 시작한다. 독립된 주체로서 개인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자기표현 글쓰기가 등장한 것이다.
자기표현 글쓰기는 ‘나’ 안에 있는 타자를 바라보고, 세계와 이어진 관계에서 나를 성찰한다는 점에서 편협한 자아주의와 다르다. 자기 성찰 글쓰기는 "나는 나다.'’라는 진술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성찰하게 한다. 이러한 글쓰기를 통해 ‘나’는 세계 전체와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
자기표현 글쓰기는 내용 창안 단계에서 생성적 사고를 풍부히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따라서 자기표현 글쓰기는 글쓰기의 관습이나 규칙 같은 형식적 제약과 자신의 글에 대한 의심은 일단 유보한다. 그 대신에 자기만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함으로써 스스로를 글쓴이로서 신뢰한다. 자신의 언어와 사유에 충실히 몰두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글쓴이의 고유한 견해와 자연스러운 언어가 살아 있어야 독자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
대학에서 수행하는 학술 담화 학습은 자칫 학생들의 목소리와 생각을 위축되게 할 수 있는데, 자기표현 글쓰기는 학생이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필자로서의 자신감을 갖도록 해 준다. 글쓴이가 자신의 글에 대한 장악력을 키우는 과정 없이 학술공동체와의 생성적 대화에 성공하기는 어렵다.
자기표현 글쓰기를 할 때에는 무엇보다 '나'를 객관적으로 응시하는 열린 태도가 필요하다. 또한 타자와 소통하고 대화하고사 하는 의지와 대상을 분석하고 성찰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자기표현 글쓰기에서 자기의 고유한 목소리는 자기 응시의 힘에서 나온다. 자 기 응시에는 바라보는 '나'와 바라보이는 대상인 '나'가 분리된다. 이 분리의 거리에서 자기 연민의 감정이 생기기도 하고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기도 하지만, 종합적인 성찰을 통해 한 단계 더 높은 자기 이해에 이르게 된다.
자기 이해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받아들이는 행위로부터 출발한다. 부정하고 싶은 자기의 행동과 경험을 회피하거나 자기 합리화에 빠지지 않고 그대로 인정하고 관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나'에게 침잠하며 가장 좋았던 기억이나 잊히지 않는 기억, 무의식적으로 숨겨 놓았던 기억이나 '나'를 표현하는 키워드 등을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올려 응시하고 성찰하면 ‘나'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된다.
자기 이해가 부족하면 자기방어적 태도를 취하기 쉽다. 타인에게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거나, 타인의 의견에 비판 없이 동조해 버리게 된다. 자기 이해가 선행되어야 타인과의 관계도 객관화할 수 있고 세계의 전체상을 조망할 수 있다. 따라서 자기를 응시하는 용기는 자기를 표현하기 위한 기본 태도이다.
자기표현 글쓰기는 ‘나’라는 존재가 타자와 이어져 있다는 관점을 중요시한다. ‘나’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타자가 '나'의 존재에 차지하고 있는 자리와 그 관계성을 성찰할 때 '나'와 타자 사이의 질적 다양성이 드러난다. 관계라는 개념 자체가 어느 하나로 환원될 수 없는 두 항의 분리를 전제로 하므로,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나를 성찰한다고 해서 자기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 고유성의 성립 없이는 타인에 대해 책임지는 윤리적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타자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자기와 사회, 자기와 세계와의 관계를 보는 시선도 중요하다. '나'라는 존재는 세계 내적 존재이다. '나'는 상황과 사회. 세계 속에서 삶을 영위하기 때문에 '나'의 감정과 경험, 그리고 사유 역시 그 안에서 형성된다. 그러므로 '나'의 문제는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자기와 세계에 대한 관계를 성찰하는 것은 자기의 책임과 윤리성을 회복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자기표현 글쓰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자기표현 글쓰기의 장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자기표현 글쓰기의 요건에 대해 알아보겠다.
자기표현 글쓰기는 성찰과 분석을 필요로 한다. 시간이 경과함에 다라 경험이 다양해지고 사유의 힘이 향상되지만. 세계에 대한 안목이 저절로 깊어지지는 않는다. 또한 기억의 구성 과정에서 감정. 의도, 회피 등의 기제가 틈입하기도 한 다. 따라서 ■나‘와의 객관적 거리를 형성해야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심리. 철학, 사회학, 문학, 과학 등의 학문을 통해 성찰의 힘을 심화할 수 있다.
자기만의 혼란스러운 경험과 기억을 구체적이고 질감 있게 반추하는 데에도 인간과 사회. 세계에 대한 심화된 인식이 필요하다. 자기표현 글쓰기를 수행할 때에 •나■와 연관되는 경험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학술 성과를 참조하면 •나•의 경험 양상을 구체적으로 의미화하고 나와 타자, 세계와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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