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증이란 타당한 근거를 들어 주장을 펼치는 행위나 진술이다. 글쓴이가 주장과 문제 해법을 제시하여 독자를 설득한다는 점에서 대상을 객관적으로 풀어서 밝혀 주는 설명과 구별된다. 논증은 이해나 행동을 요구하는 주장을 제시하고 이유와 근거로 주장을 뒷받침하는 형식으로 구성된다. 이유는 주장에 대한 판단이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고, 근거는 이유를 뒷받침하는 진술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논증에 대한 이해와 논증의 유형에 대해 알아보자.
어떤 주장에 대해 독자는 필자가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를 물을 수 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이유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진술이다. 단순한 형식의 논증은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이유만으로 완성된다.
그런데 어떤 진술은 맥락과 쓰인 목적에 따라 주장이 되기도 하고 이유가 되기도 한다. 다음의 예를 통해 살펴보자.
(다)
폭력적인 게임에 많이 노출된 아이는 커서 폭력적인 어른이 될 확률이 높다. (주장)
왜냐하면 현실과 허구를 구분하는 능력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이유)
(라)
폭력적인 게임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주장)
왜냐하면 폭력적인 게임에 많이 노출된 아이는 커서 폭력적인 어른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유)
(다)에서 ‘주장’의 문장은 (라)에서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유’로 쓰이고 있다. 글의 의미 맥락에 따라 문장의 기능이 유동적으로 변한 것이다. 주장과 이유를 제시하여도 독자는 이유의 근거를 물을 수 있다. (다)에서 '현실과 허구를 구분하는 능력을 잃어 간다'는 이유의 근거를 제시하라고 독자는 요청할 수 있다. 따라서 주장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유뿐만 아니라 그 이유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필요하다.
논증의 표준적인 틀은 '주장+이유+근거'이다. 근거는 이유를 뒷받침한다. "어떤 근거가 그러한 이유를 뒷받침하는지 설명해 보라."는 자연스럽지만 "어떤 이유가 그러한 근거를 뒷받침하는지 설명해 보라."는 부자연스럽다. 논증은 타당한 사실에 입각해 이유와 주장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근거의 객관성과 설득력이 중요하다.
(마)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한 권리이다. (전제)
랩 가사는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유)
대중 매체에서 방송하지 못하도록 금지할 수 없다. (주장)
(마)와 같이, 이유와 주장을 이어 주는 전제를 근거로 활용하여 논리적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사실을 근거로 활용한 논증이든, 보편적인 원칙을 근거로 활용한 논증이든 독자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 근거가 타당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독자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논증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사회에 차별 금지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고 가정해 보자. 필자는 독자를 설득하기 위해 부당한 차별을 받은 자신의 이야기를 기술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또는 차별이 왜 범죄인가를 정의(규정)하거나, 다른 나라의 법률 사례와 비교하는 방법을 가져와 주장을 펼칠 수 있다. 혹은 다양한 통계 자료를 인용하고 현재의 법률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평가한 후에 새로운 제도나 행동을 제안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도 있다.
성공한 논증은 독자에게 근거나 이유를 묻는 질문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 그러므로 논증은 자기주장에 대한 반론을 예상하고 반론에 대한 재반론을 준비하는 등 대화적이어야 한다. 이때 감정적이거나 극단적인 어휘 사용은 오히려 논리적 설득력을 반감시킨다. 대안을 제시할 때에도 자신의 대안이 문제 상황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한 후에 제시해야 한다. 섣부른 해결책보다는 문제의 핵심을 날카롭게 파고 들어가는 논증이 더 설득력이 있고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다양한 논증 방법을 활용하여 논증 글을 쓸 때에는 텍스트 구성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기존의 것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평가하고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는 구성도 있고, 문제적 사안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개진하는 구성도 자주 쓰인다. 대안과 정책 제시를 논증하는 문제 해결형도 있다.
정의 논증은 어떤 개념이나 사물의 뜻을 명확히 밝혀 분명하게 정하는 논증이다. 정의 논증은 정의되는 항과 정의하는 항으로 이루어지며, 보통 ‘A는 B이다/B가 아니다’의 형식을 취한다. 예를 들면, 그라피티는 예술로 정의할 수도 있고 낙서로 정의할 수도 있다. “그라피티는 표현의 수단이자, 디자인 구성에 대한 이해를 보여 주며, 인간의 감각과 정신을 자극하기 때문에 예술이다.”라고 정의할 수도 있지만, “그라피티는 스프레이나 페인트로 도로나 건물 등에 한 낙서이다.’'라고 정의하고, 그렇게 정의하는 이유를 제시할 수도 있다.
정의 논증 가운데 형식적 정의와 조작적 정의를 살펴보자.
형식적 정의는 어떤 항목의 기준을 세워 분류하고 범주화하여 정의하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사전은 이 방법에 따라 개념을 정의한다. 명확한 정의가 없으면 지시 대상도 불분명해지므로 엄밀한 논증을 위해서는 예문에 나와 있듯이 형식적 정의를 내리고 규정하는 일이 필요하다.
조작적 정의는 대상을 경험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정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대학생의 알코올 중독의 문제를 다룬다면 알코올 중독이라는 현상을 객관적이고 경험적으로 기술하기 위해 '중독'과 '알코올 중독'이 무엇인지에 관한 정의가 필요하다. 또한, 조작적 정의는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관습적인 용례와 더 이상 일치하지 않는 사례들이 발생하였기 때문에 연구의 맥락에서 어떤 개념을 새롭게 규정하거나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명백하게 드러내기 위해 사용된다. 자연 과학과 사회 과학 연구자들이 주로 조작적 정의를 사용한다.
또 다른 논증 방법에는 인과 논증이 있다. 어떤 결과의 원인을 찾는 것이 인과 논증의 핵심이다. 확인할 수 있는 원인을 찾기란 아주 어렵고 복잡하다. 인과 논증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필요하다.
■ 다르게 보이는 현상들 간의 연관성을 설명할 수 있는 공통점 찾기
■ 어떤 상황에는 있지만 다른 상황에는 없는 차이점 찾기
■ 원인으로 예측되는 현상과 결과로 예측되는 현상이 서로 비슷한 변화 패턴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기
■ 모든 원인들을 추측한 뒤에 원인이 될 수 없는 것들을 하나씩 제거해 가는 방법을 통해 원인과 결과 간의 연관성 추론하기
인과 논증은 결과의 원인을 찾거나 원인들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를 분석하는 논증이다. 학술 에세이 등의 많은 논증 글에서 자주 사용하는 유형이다.
반증이란 다른 사람의 주장을 반박하거나 그 주장에 비해 더 설득력 있는 주장을 제시하는 논증이다. 반증은 다른 사람의 주장을 전제로 하며, 그 주장이 지닌 한계를 비판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와 다르게 제안 논증은 어떤 문제에 대한 새로운 주장이나 해결책을 제안함으로써 제도를 바꾸게 한다.
제안 논증은 특정 문제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여 기존 제도를 바꾸고 새로운 대안을 요구하는 유형이다. 이러한 논증에서 제안은 구체적이어야 하며 법률과 제도의 수준에서 사회의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논증에 대해 이해해 보고, 논증의 유형을 알아보았다.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