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 위해서 자료의 탐색은 필수적이다. 자료 탐색은 왜,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까?
글의 전체적인 틀과 방향을 구상하고 내용을 구체적으로 구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자료가 필요하다. 충분한 자료 탐색을 거친 글은 다양한 시각과 깊이 있는 지식, 그리고 명료한 논제를 확보하게 되어 글의 완성도와 신뢰성이 높아진다. 또한 개인의 글은 자료 탐색의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소통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되고 재조직된다.
글의 목적은 정보 제공. 원인 분석, 문제 제기와 해결, 지적 유희 등 각기 다양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의미 있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 혹은 그 모색의 과정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글의 내용을 생성하고 정교하게 서술하기 위해서는 사료를 읽고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이는 글을 쓰는 전 과정에서 지속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자료 탐색은 글쓴이가 자신의 글을 학술적인 글로 발전시키기 위해 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활동이다. 원재료의 형태 그대로인 ‘자료’를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의 형태로 가공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여 ‘지식’을 생성한다. 또한 그에 대한 분류와 분석을 수행하여 자신의 글 안에 재배치하는 작업을 통해 한 편의 ‘글’을 완성할 수 있다. 이러한 글쓰기를 더 체계적으로 심화하고 확장시키면 ‘학문’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자료 탐색은 글쓰기의 전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자료 탐색의 과정을 거치면서 글의 초점이 잡히고 내용은 풍성해지며 설득력은 높아진다. '계획하기' 단계에서는 자료 탐색을 통해 다양한 이론과 사례를 접하면서 시야를 넓히고, 글감을 찾고 문제의식을 생성하며 논제를 명료하게 할 수 있다. '작성하기'와 ‘수정하기’의 단계에서도 자료 탐색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보완과 수정을 통해 글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다음 예문은 ‘문화 분석 글쓰기’를 제출한 학생 글이다. '문화 분석' 중 '언어 분석’에 관심이 있는 글쓴이는 자료 탐색을 통해 ‘~충(山) 용어의 유행’으로 화제를 좁히고 ‘한국 사회의 갈등 양상과 혐오의 문제’라는 논제를 생성하였다. 글쓴이는 계획하기와 수정하기 단계에서 두 차례 자료 탐색을 시도하며 글의 내용을 보완하였다.
우리는 전부 다 벌레인가
‘곤충을 비롯하여 기생충과 같은 하등 동물을 이르는 말’. 이것은 벌레의 사전적 정의이다. 요즘, 전에 없던 새로운 ‘벌레’들이 주변에 널려 있다. 일반적인 벌레와는 달리 이 새로운 ‘벌레’는 겨울이라고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점차 일상 영역으로 침범하고 있다. 이 벌레는 바로 ‘~충’ 문화로 인해 벌레로 불리게 된 우리 자신이다. 자신이 혐오하고 비난하고 싶은 대상에 ‘벌레 충'을 결합한 ‘~충’은 일부 인터넷 사용자들이 사용하던 것에서 이제는 젊은 세대가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일종의 접미사가 되었다.
상대를 벌레에 빗대어 표현하는 문화는 예전에도 존재했다. 일벌레, 공붓벌레처럼 특정 분야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사람을 표현하고자 할 때 ‘벌레’라는 표현을 쓰고는 했다. 하지만 지금은 특정 분야에서만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자신이 싫어하는 아무 단어에나 ‘벌레 충’을 붙이기만 하면 자신의 혐오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소스를 음식에 부어 먹는 사람을 ‘부먹충’이라고 부르거나 급식을 먹는 초중고교 학생들을 ‘급식충’이라고 불러 특별한 이유 없이 대상을 비하한다.
‘~충’ 문화의 대표적인 특징은 일반화이다. 타인을 비판할 때 대상이 속한 집단 전체를 하나로 묶어 비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기 대변이 담긴 기저귀를 카페 테이블에 그대로 놓고 간 아기 엄마처럼 일부 몰지각한 행동을 한 개인을 ‘맘충’이라는 단어로 비난한다. 아기 엄마 중 몰지각한 행동을 하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이들을 ‘맘충’이라고 부르게 되면 결국에는 이들을 전부 다 몰지각한 사람으로 묶어서 비난하는 것이 된다. 초기에는 비상식적인 아기 엄마만을 ‘맘충’이라고 했겠지만 나중에는 ‘맘충’ 용어를 바탕으로 아기 엄마라는 집단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게 된다.
또 다른 특징은 ‘~충’ 접미사가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비난하는 데에도 쓰인다는 것이다. “타자에 대한 공격인 혐오의 감정”은 “자신에 대한 부정인 모멸의 감정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사회로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불안감을 느끼는 대중들은 자기방어를 위해서 타인을 공격하고 타인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여 불안감을 해소하려고 한다. 그리고 상대를 벌레라고 멸시하는 행동의 바탕에는 자신도 사회에서 벌레로 여겨질 수 있다는 무의식이 존재하는 것이다.
타인과 자신에 대한 비난과 혐오가 만연하게 된 데에는 경제적 불황과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불안감의 영향이 크다. 사람들에게 “제도적 대응이 무력하게 느껴질 경우 개인적 차원에서 기성 질서에 대한 문화적 반발 내지 공격성이 강화”되며 “불안한 사회에 대한 불만은 특정 집단을 향한 크고 작은 혐오로 전환”되는 것이다. 현실에 만족할 수 없기에 발생한 개인적 분노를 타인에 대한 공격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중들이 사회가 합리적인 공간이라고 느끼게 되기 전까지 지속될 것이다.
‘~충’ 문화가 계속된다면 대중의 의식 속에 자기 비하와 타인 혐오 의식이 각인될 수가 있다. 미국의 언어학자 에드워드 사피어는 언어가 언어 사용자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언어 사용자의 사고방식은 언어가 사회를 표현하는 방식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사용한 '〜충' 단어가 역으로 우리로 하여금 타인을 혐오하도록 우리의 사고 체계를 강요할 수 있다.
지금의 혐오 감정은 불특정 다수를 향해 표출되고 있다. 이는 사람들의 “분노의 대상이 명확하지 않고 남발하면서 혐오라는 더 극단적인 감정으로 이어진 측면도 있다.” 방향성 잃은 타인 혐오는 잠재적으로 사회에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충’ 문화는 사회의 불안감이 극대화되고 공동체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벌레’는 우리 사회에 경고를 하고 있다.
위 예문은 사회 현상 속에서 화제를 설정하고, 화제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생성할 수 있도록 자료를 탐하여 논제를 생성하였다. 처음에는 ‘~충의 유행’이라는 언어 현상에 주목하는 정도였다면 자료 탐색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의 '혐오와 불안, 사회 갈등'의 문제에 다가서게 되었다.
자료는 그 기록이나 재현의 방식에 따라 문자로 된 문헌 자료, 이미지나 소리로 이루어진 시청각 자료, 그리고 도표나 그래프로 표현되는 통계 자료 등이 있다. 오늘날 온라인을 통해 많은 자료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그것이 신뢰할 만한 자료인지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공신력 있는 사이트인지, 주관적인 견해인지, 잘못된 정보이거나 표절한 내용은 아닌지, 출처가 분명한 자료인지, 최신의 정보인지 등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글쓴이는 자신의 논의를 강화하기 위해서 자료를 활용할 때, 자료 종류의 특성을 인지하고 적합한 자료를 선택해야 한다. 자료는 여러 가지 목적을 위해 필요하며, 동일한 자료일지라도 글쓴이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된다.
가장 대표적인 자료 제공 기관은 대학 도서관과 국공립 도서관이다. 이 가운데 대학 도서관은 국내외 각 분야의 전문 학술 자료 및 일반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학 도서관의 학술 정보 검색 사이트는 다른 대학 도서관, 국립 중앙 도서관과 국회 도서관 및 국내외 각종 자료 검색 사이트와도 연동되어 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학술 자료나 전자책. 디지털 문서 등을 열람할 수 있다. 대학 도서관 안에 소장되어 있지 않은 자료도 상호 대차 서비스를 이용하여 입수할 수 있으므로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도 국가 통계, 언론 자료, 시청각 자료나 역사적 사료를 DB로 구축해서 제공하는 포털 사이트들도 있다. 이를 통해 신문, 잡지, 보고서, 국가 기록, 영상물 등의 자료들을 검색하고 열람할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검색창의 저자, 제목, 핵심어 등을 검색하여 자료를 찾을 수 있다. 핵심어란 제목이나 중심 문장, 요약문 등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개념어나 대상을 뜻한다. 지시 대상이 광범위한 핵심어의 경우에는 인접 핵심어나 하위 핵심어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검색 대상을 좁혀서 찾는다. 그리고 검토한 자료들이 가장 최신의 자료인지 점검하되, 자료의 질을 선별하고 자신의 글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선택한다.
만일 적합한 자료를 발견했다면, 그 자료가 인용하거나 참고한 문헌을 찾아보는 방식으로 관련 주제의 자료들을 확장할 수도 있다. 또한, 검색어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폭넓은 자료들을 섭렵하고 싶다면 도서관에 직접 가서 해당 분야의 서적들을 찾아본다. 자료 찾기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도서관 사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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