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법

글의 내용 생성

volleyball manager 2023. 11. 24. 17:00

 

 저번 포스팅에서는 논제를 설정하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논제 설정을 마친 후 글쓴이는 본문을 작성하는 단계로 들어간다. 논제에 포함된 질문에 답한다고 생각하면서 내용을 생성하면 글의 전체적인 흐름을 잡아 논지를 전개할 수 있다. 논제를 질문형으로 설정하면, 큰 질문을 단위로 어떤 내용을 써야 할지 대략 예상할 수 있다. 큰 질문에 해당하는 세부 내용을 각각 충실하게 채워 나가면 글을 완성할 수 있다. 내용을 생성할 때 고려할 점은 다음과 같다. 





 1. 주제 선명하게 하기



 주제란 논제와 관련하여 글쓴이가 갖고 있는 주장으로. 글 전체의 논지를 압축한 것이다. 주제를 효과적으로 요약하거나 선명하게 정리할 수 없다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결정하지 못한 것이다. 내용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주제를 분명히 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글의 방향성이 모호한 상태에서는 내용을 생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먼저 주제를 명료하게 한 후 구체적인 내용 구상으로 들어간다.



2. 큰 구도 잡기



 내용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글 전체의 짜임새를 고려해야 한다. 짜임새는 논제를 구성하는 질문들의 순서 및 배치와 관련된다. 두 개 이상의 질문을 결합하여 논제를 설정했다면 본문에서 답해야 할 부분은 적어도 두 가지이다. 논제와 글 전체의 내러티브를 어떻게 정했는지에 따라 생성 내용은 더 많아질 수 있다.



 글쓴이는 논제를 구성하는 큰 질문을 일차적인 단위로 삼아 생각을 진행하면 된다. 큰 질문에 답하는 각 영역을 내용 블록이라 한다면, 블록들 간의 차례 잡기, 양적 • 질적 균형 잡기, 강약 조절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3. 핵심어 생성하기



 핵심어는 글의 흐름과 논지를 압축하고 있는 주요 단어를 뜻한다. 모든 글은 내러티브를 가진다. 학술적인 글도 마찬가지인데, 핵심어는 글 전체 내러티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인공 어휘’이다.



 글쓴이는 자신의 사유를 구성하고 표현하는 핵심어를 생성하는 주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핵심어 중심으로 사고하면 내용을 생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논지의 일관성과 통일성을 검토하면서 생각을 전개해 나갈 수 있다. 핵심어를 생성할 때는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한다.





 (1) 핵심어는 주로 한 단어 명사 또는 짧은 복합 명사로 잡는다.

 핵심어는 보통 한 단어를 기본 단위로 한다. 길게 늘여 쓰거나 구 및 절의 형태를 취하는 게 아니므로 중요한 의미를 담은 밀도 높은 단어를 취한다.



 (2) 핵심어는 창의적으로 고안할 수 있다.

 핵심어는 글쓴이의 사고 및 표현의 창의성을 드러낼 수 있는 창구이다. 기존의 어휘나 개념을 활용하여 독특한 의미와 의도를 담을 수 있으므로 핵심어를 생성할 때는 말의 새로운 활용에 도전해 본다.



 (3) 핵심어는 여러 개이므로 의미론적 배치 관계를 검토한다.

 핵심어는 글의 내용을 압축하고 있는 주요 단어이기 때문에 여러 개를 생성해야 한다. 핵심어들을 모아 보면 논지의 줄기가 드러나는데, 이때 단어 간의 관계를 따져 보면 논리성도 검토할 수 있다.



 (4) 생성한 핵심어는 책임진다.

 핵심어는 주요 논점과 논지를 담은 단어이므로 글쓴이는 글을 시작하여 마칠 때까지 그 중요성과 역할을 유지하고 보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주의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 핵심어에 대한 질적 • 양적 배려: 핵심어들 가운데 어떤 것을 얼마만큼 논해야 하는지 판단하여 내용을 충분히 생성한다. 

■ 핵심어 변형 주의: 핵심어를 적절한 설명이나 근거 없이 다른 단어로 변형하거나 교환하여 쓰는 일은 피한다.
■ 핵심어 보호: 내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핵심어가 사라지거나 의미가 변하면 논의의 일관성과 통일성이 깨지므로 주의한다.



핵심어와 관련된 주요 사항을 파악한 후 다음 예문을 읽고 글의 핵심어 관계도를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협력은 참여자들이 만나는 것으로 이익을 얻는 교환 관계로 규정할 수 있다. 가령 협력의 행동은 서로의 털을 손질해 주는 침팬지들이나 모래성을 쌓는 아이들 또는 홍수가 났을 때 모래주머니를 쌓는 남녀들 사이에서 금방 눈에 띈다. 서로 돕는 것이 모든 사회적 동물의 유전자 속에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혼자 할 수 잆는 일을 해내기 위해 협력한다.



 협동적 교환은 여러 형태로 이루어진다. 협력은 아이들의 놀이에서 경기의 규칙을 정하기 위해 협력하는 예에서 보듯이 경쟁과 혼합될 수도 있다. 성인들의 경우에는 시장 경제, 선거 정치, 외교 협상 등에서 협력과 경쟁이 혼합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한편 종교 의례나 세속적 의례에서도 협력은 독자적인 가치를 갖는다. 성찬식이나 세례 의식을 함께 치른다는 것은 생활 속에 신학을 들여오는 것이다. "감사합니다."라거나 "부탁합니다."와 같은 소소한 예절의 의례는 상호 존중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실제 행동으로 바꾼다. 협력은 공식적인 것일 수도 있고 비공식적인 것일 수도 있다. 길거리에서 어울리거나 술집에서 함께 한잔하는 사람들은 "나는 지금 협력하고 있다."라는 의식 없이 잡담을 나누거나 대화를 이어 나간다. 서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경험이 그런 행동을 감싸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인간들의 부족주의가 분명히 보여 주듯이, 협동적 교환이 서로에게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은행가들이 저지르는 내부자 거래라든가 친구들 사이의 은밀한 거래 같은 것이 그런 사례이다. 그들의 행동은 법적으로 엄연히 강도질이고, 범죄 집단의 갱들도 그와 동일한 사회적 원칙에 따라 행동한다. 은행가나 은행 강도 모두 공모에 가담한 것인데, 공모자는 협력의 검은 천사이다. 18세기에 버나드 맨더빌이 쓴『꿀벌의 우화』에는 공모의 유명한 사례가 나온다. 재치 있는 맨더빌 박사는 때로는 공동의 악덕이 공공의 선을 만들어 내지만, 종교적 • 정치적, 혹은 그 어떤 종류의 확신으로도 사람들이 '고통받지' 않는 경우에만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 책에서 나는 맨더빌의 냉소주의를 야기하지 않으면서 너와 나의 대립이라는 파괴적 협력을 처리할 대안 혹은 타락하여 공모가 되어 버린 협력을 처리할 대책 가운데 작은 한 부분에 집중하고 싶다. 그 대안이란 바로 이루기 힘들고 실행하기에 까다로운 조건을 가진 협력이다. 그것은 서로 단절되어 있고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을 한데 모으려고 애쓰는 협력이다. 그런 사람들은 서로를 좋아하지도 않고 서로 평등하다고 느끼지도 않으며 간단하게 말하자면 서로를 이해하지도 못한다. 여기서 우리 앞에 놓인 문제는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기준에 따라 타인에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모든 갈등 관리법이 맞닥뜨리는 문제이다.



 철학자이자 정치인인 마이클 이그나티에프는 각자의 기준에 따라 반응하는 능력은 일종의 윤리적 성향으로, 독자적인 개인인 우리 내면에 들어 있는 사고방식이라고 믿는다. 나는 실제 활동에서 그러한 반응 능력이 생겨난다고 생각한다. 전쟁이나 정치 분쟁 따위의 갈등을 잘 관리하면 혼란이 닥치더라도 그런 협력이 사회 집단들을 지탱해 준다는 교훈을 얻는다. 게다가 이런 종류의 협력을 실행해 보는 것은 개인과 집단이 그들 자신이 취한 행동의 결과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관용의 정신을 발휘하더라도 은행가도 인간이라고 봐주지는 말자. 자신의 행동을 판단하는 윤리적 기준을 찾으려면 은행가는 자신의 행동이 자신과 매우 다른 사람들, 예를 들면 영세 사업자나 주택 저당 채무자나 그 밖에 다른 고통받는 고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해야 할 것이다. 더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그런 힘든 종류의 협력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통찰을 얻게 된다는 말이다.



 이루기 힘든 협력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술을 테크네라고 규정했다. 어떤 일이 일어나게 만들고 그것을 잘 실행하는 테크닉 말이다. 이슬람 철학자 이븐 할둔은 기술이 장인들의 특수 영역이라고 믿었다. 아마 여러분도 나처럼 사회적 기술이라는 말을 싫어할 것이다. 그 말을 들으면 칵테일 파티에서 끊임없이 떠들어 대며 주목을 받거나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도 재주껏 팔아 치우는 사람들이 연상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진지한 사회적 기술이 있다. 잘 듣는 기술, 전략적으로 처신하는 방법, 합의점을 찾아내어 의견 다툼을 처리하는 기술, 혹은 힘든 토론에서도 좌절하지 않는 능력 등이 그런 기술이다. 이 모든 행동은 ‘대화적 기술’이라는 테크니컬한 호칭으로 불린다. 하지만 대화적 기술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우리는 이런 종류의 숙련된 협력이 왜 일상적 처신이라는 실제 영역이 아니라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이상의 영역에 속하는 것처럼 보이는지 물어야 한다.


 

 위 예문은 '협력'이란 무엇이며, 협력하는 기술의 회복이 어떤 점에서 중요한지 논하고 있다. 글쓴이는 다음과 같이 핵심어를 생성하고 이를 중심으로 논리를 구성하고 내용을 전개한다.



■ 핵심어: 협력, 협동적 교환, 공모, 반응 능력, 협력의 기술, 사회적 기술, 대화적 기술

■ 핵심어들의 의미론적 배치 관계:

핵심어들의 관계도를 그릴 수 있다. 괄호 안의 단어는 세부 설명 과정에서 도출된 단어로, 핵심어들을 부연하는 역할을 한다. 핵심어의 관계도를 그려 보면 전체적인 논지 전개와 내용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고 논리적 연관 역시 검토할 수 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글의 내용을 실제로 형성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긴 포스팅이었는데, 여러분에게 유익한 시간이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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