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오늘은 그 중 글을 직시하는 비판적 읽기에 대해 알아보겠다.
글을 읽을 때는 그 글에 활용된 정보나 지식이 정확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글쓴이의 의도나 주장에 대해서도 타당성과 적절성을 검토하면서 읽어야 한다.
글의 내용을 이루는 다양한 앎의 요소들, 관점, 주장을 논리적, 가치론적으로 판단하며 독해하는 것을 '비판적 읽기'라고 한다. 비판적 읽기를 통해 글을 심층적으로 파악하고 평가할 수 있는데,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글 쓰는 이는 판단력과 사고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한 편의 글은 많은 정보와 사실을 담고 있다. 정확한 정보와 사실의 제시는 글의 신뢰도를 결정하는 기본 조건이다. 이점은 글을 읽을 때뿐만이 아니라 쓸 때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글을 읽을 때는 글쓴이가 제시한 자료들이 믿을 만한지, 근거로 삼기에 적절하고 객관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또한, 글을 쓸 때는 독자의 위치에서 내용을 주의 깊게 검토하고 검토 결과를 신중하게 적용하여 작성해야 한다. 다음 예문을 살펴보자.
[원자론의 역사가 과학 교육에 주는 교훈]
재미도 있고, 골치도 아픈 긴 역사입니다. 진짜 과학 연구의 실상은 하나하나 잘 뜯어보면 대부분 이렇게 참 어렵고 복잡하고 신기합니다. 그런데 보통 과학 교육에서는 이 중요하고 재미있는 과정을 다 무시하고, 최종 결과만을 가르치는 데 집착합니다. 그래서 잃는 것이 많습니다.
과학자들이 잘 연구해서 나온 결과만 배우면 됐지.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하는 골치 아프고 혼동되는 이야기를 일반인이나 학생들이 알 필요가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정반대입니다. 과학 교육은 나중에 과학자가 될 사람만 받는 것이 아닙니다. 1장에서 언급했듯이 우리 사회에서는, 또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과학을 의무 교육에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배우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학자가 아닌 시민들은 과학이 말해 주는 결과는 별로 알 필요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믿으면 됩니다. 물이 H2O라는 것도, 과학 연구에서는 필수적인 내용이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쓸모없는 지식이고 비전문가들은 그걸 몰라도 훌륭하게 잘 살 수 있습니다. 보통 시민들이 물이라는 것을 알아서 뭐 하느냐고 심각하게 질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이러한 것을 안 가르친다고 한번 상상해 봅시다. 아마 난리가 날 것입니다. ‘그런 기초 과학도 안 가르치고 4장 읽기의 방법 115 무슨 현대 사회에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시민들을 양성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시민들이 그런 지식을 생전 어디다 써먹을 수 있는지는 정말 확실치 않습니다. 물이 H2O라는 걸 몰라서 생활이 잘못될 일이 뭐가 있을까요? 또 물이 H2O라는 걸 잘 아는 사람이 그 지식을 한 번이라도 일상적 삶을 사는 데 직접 이용해 본 적이 있을까요?
반면 과학자들이 어떤 연구 과정과 어떤 사고방식으로 그 결과를 얻어 냈는가는 일반인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과학 방법론의 본질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과학의 결과만 믿는 것은 맹신에 불과하고, 믿지 않는다면 근거 없는 비이성적인 거부입니다. 또 과학의 본질에 대한 감각이 전혀 없는 사람이 과학 정책을 세운다고 나선다면 그 또한 큰 문제일 것입니다.
주입식 교육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과학적 상식의 습득을 전제로 합니다. 그것 대신 진정한 탐구를 통해 과학적 상식을 학생들이 깨치도록 한다면 전혀 다른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승자의 관점에서만 이야기하는 위험은 과학사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과학 교육에서도 절실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는 문제입니다. 승자의 관점을 비판 의식 없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은 주입식 교육과 바로 연결됩니다. 과학 교육자들은 창조적 교육의 시도를 여기저기서 많이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의 교육 실정은 별로 달라지 지 않을까요? 제 생각을 단순히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우리가 창조 교육, 탐구 교육을 시도한다고 해도, 학생들은 잘 압니다. 그 뒤에 정답이 다 버티고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결국 물이 H2O라는 등의 정답으로 가야 한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정말 독립적으로 뭔가를 생각해 볼 동기를 갖기란 힘들다고 봅니다. 또 교육자의 입장에서는 창조적으로 탐구를 시킨다고 하면서도, 그 과정을 통해 학생이 정답을 알아내지 못하면 안 된다는 조바심을 느낍니다.
위 예문은 과학 교육의 목적과 현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글의 일부이다. 글쓴이는 일방적으로 주어진 결과만을 제공하는 과학 교육을 비판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과학 교육의 목적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넓게 파셔 있는 피상적인 입장과 일반화된 교육 실태를 보여 주면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글쓴이는 과학 교육의 실상이나 일상의 교육 현장에서 통용되는 교육관을 사례로 제시하여 구체적으로 거론한다. 예문에서 글쓴이는 독자가 수용하고 동의할 수 있는 정보와 사실을 적절하게 선택하고 활용하여 글의 의도와 내용을 뒷받침하고 있다.
읽는 이는 글의 의도와 주장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논지를 정확하고 엄밀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은 독자로서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이다. 이와 함께. 글쓴이가 의도와 주장을 펼쳐 내는 방식과 과정의 적절성 역시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전개는 글의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조건이다.
한 편의 글은 관점과 판단이 가치론적으로 옳고 의미 있을 때 그리고 논의 과정이 의도와 목적에 부합하여 타당성을 가질 때 비로소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글을 읽을 때에는 글쓴이가 말하는 내용과 말하는 방식을 함께 보아야 한다. 이 점에 유의하여 읽기를 실천하고 같은 원리를 자신의 글쓰기에도 적용한다면 읽기와 쓰기 역량을 동시에 향상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대상이나 문제를 다루는 여러 편의 글을 비교하여 읽고, 각각의 논점과 쓰기 방법을 견주어 평가해 보는 기회를 자주 갖는다면 글을 분석적으로 읽고 판단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아울러, 타당성과 설득력을 갖춘 글을 찾아내는 감식안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기준을 자기에게도 적용하여 쓰기의 기술 역시 향상할 수 있다.
오늘은 읽는 방법 중 비판적 읽기에 대해 알아보았다. 비판적 읽기에 대한 이해도가 한층 높아졌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