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자신이 텍스트를 이해했듯이 주어진 텍스트를 이해하는 것. 그러나 이해는 그보다도 더 훌륭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 강력하고 심원한 참조는 많은 경우 무의식적이며 다중 의미적이다. 이는 미카엘 바크틴의 노트에서 발견된 문구이다. 우리는 모두 글을 읽고 쓰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우리가 왜 글을 쓰는가, 인간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알아보자. 이번 포스팅에서는 읽기와 텍스트에 대해서 논의해 보겠다.
글쓰기는 자기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는 행위다. 그리고 글 읽기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경청하고 이해하는 행위이다. 두 과정은 서로 동떨어져 있지 않다. 둘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좋은 필자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좋은 독자가 되어야 한다. 읽는 과정을 통해 풍부한 지식과 정보를 얻어 사유의 방향과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읽기가 필요한 이유는 정보와 지식의 습득이다. 글을 읽으면 여러 가지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정보와 지식은 생각과 판단, 나아가서 글을 형성하는 주요 자원이다. 따라서 글 쓰는 이는 자신이 새롭게 얻은 정보, 개념, 이론 등을 성실하게 습득하고 파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학술적으로 명확하게 이해한 지식은 글을 쓸 때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학술적 지식은 글쓴이의 글에 신뢰를 더해줄 것이다.
리카이져우의 '공자는 가난하지 않았다.'를 읽다 보면 공자에 대해서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공자의 성이 공 씨가 아니라 자 씨라는 점, 공자의 선조 중 공부가라는 재상이 있었다는 점, 춘추시대에는 자를 이름 앞에 넣어서 불렀다는 점 등 새로운 정보를 알 수 있다. 또한 학창 시절에 주로 읽는 교과서에는 독자층을 고려한 정보가 빼곡하게 쓰여 있다. 비단 새로운 지식뿐 아니라, 교과서 맨 앞의 목차까지도 읽는 이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이처럼 읽기를 통해서 새로운 사실과 정보를 축적할 수 있으며 사실과 정보를 긴밀하게 종합하면서 자신만의 지식을 창출할 수 있다. 축적된 정보와 습득한 지식의 적절한 활용은 글의 정확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두 번째로 글을 읽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남의 입장과 의견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글의 읽을 때 핵심은 글쓴이의 생각과 의견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한 편의 글에서 글쓴이는 정보와 지식을 결합하고 응용하면서 궁극적으로 자신의 가치관과 입장, 사유를 전달한다. 익숙하게 알려진 정보와 지식이라 하더라도 글쓴이의 독창적인 재구성 및 재해석을 통해 다른 의미를 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글을 쓰려면 자신이 읽은 글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시각과 견해를 충실하게 파악하고 그의 의의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읽기와 쓰기는 종이 한 장 차이이다. 읽기-쓰기-듣기-말하기는 모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 예시로, 잘 읽지 못하는 사람이 좋은 글을 쓰기란 매우 어려우며, 언어에서도 잘 듣지 못하면 말하기를 할 수 없다.
다음은 텍스트의 의미와 생성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텍스트란 글로 쓰인 여러 유형의 문서나 문헌처럼 언어로 구성된 복합체이다. 또한 인간이 생산한 다양한 형태의 기호 구성물 전체를 포괄하기도 한다.
좁은 의미에서 텍스트란 언어로 짜인 의미 구성체지만, 넓은 의미에서 텍스트는 기호를 선택하고 배열하고 조직하는 규칙적 체계를 가리킨다. 따라서 흔히 생각하는 글뿐 아니라 만화, 포스터, 광고 등도 텍스트에 포함되는 것이다.
기호 복합체로서의 텍스트는 완결되고 고정된 의미를 갖지 않는다. 외려 텍스트는 독자나 맥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텍스트는 열린 구성체이다. 따라서 텍스트를 독해하고 생산하는 행위는 다층적이고 다면적인 해석의 계기와 효과를 생각하면서 이루어져야 한다.
고정되거나 완결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텍스트는 생성적이다.
텍스트는 어떻게 구성하고 활용하는가. 글쓰기는 텍스트를 구성하는 일이다. 글 쓰는 이는 자신의 텍스트를 만들 때, 기존의 다른 텍스트를 참고 자료로 동원한다. 이 과정을 거쳐 다양한 형식의 텍스트를 포함하면서도 자기 나름의 독자적 관점과 주장을 지닌 텍스트가 산출되는 것이다. 풍부한 의미를 가진 입체적 텍스트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다른 텍스트를 수용하고 종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텍스트를 생성할 때는 서로 다른 양식의 텍스트들을 긴밀하게 결합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아이돌 가수가 콘서트를 할 때 곡의 가사를 스크린에 띄우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콘서트라는 하나의 텍스트에는 무대, 안무, 음악, 노래, 그리고 글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미디어 콘텐츠가 확대됨에 따라, 텍스트 간 융합이 매우 활발해졌다. 영상과 음향, 대사 등이 융합된 영화는 대표적인 다중 양식 텍스트이다. 비약적인 기술 발전이 텍스트 생산의 새로운 환경이 되고 있다.
글 쓰는 이가 글의 목적과 효과를 극대화하고 양식적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다채롭게 고안한다면, 인지 활동을 자극하는 복합적인 양식의 흥미로운 텍스트를 생성할 수 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읽기와 텍스트에 대해 알아보았다. 읽기와 쓰기는 그 자체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심도가 있는 글 읽기와 텍스트에 대한 이해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여러분의 텍스트 그 자체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기를 바란다. 글을 읽는 것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다음 글에서는 글을 읽는 방법 중 '비판적 읽기'에 대해 알아보겠다.